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育兒-育我일기/결정장애 해결소

[결정장애 해결소] 이유식 용품에 대하여

옛날에는 돌쯤부터 이유식을 먹였다고 하던데, 요샌 4~6개월부터는 이유식을 시작한다.

완분(완전 분유 수유)아기는 4개월 부터~

완모(완전 모유 수유)아기는 5개월 부터~ 늦어도 6개월부터 시작한다.

이는 아기가 4~6개월이 되면 태어나서 엄마한테 받은 철분이 거의 소멸되기 때문. 그래서 소고기 이유식을 먹어야 한다.


여하튼 이 이유식 시기가 오면 엄마들은 멘붕에 빠진다.(나도 그랬..)

사야 할 것이 너무 많고 뭣보다 뭘 사야 하는지도 모르겠는 상황.

분유를 먹일 땐 젖병, 젖병 세정제, 젖병 솔 정도였는데 이유식의 세계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말하는 이유식을 시작할 때 필요한 물건으로는 이런 것들이 있다.

칼, 도마, 야채 다지기, 절구, 냄비, 거름망, 찜기, 얼음틀, 전자저울, 스파츌라, 용기, 스푼, 턱받이 정도 되는 것 같다.

맞벌이로 집에서 거의 요리를 안 했던 맘이라면 아마도 결혼 할때 사들였던 만큼 살림살이를 새롭게 마련하는 기분 마저 든다.


종류가 이 정도고 이제 이 리스트 중에서 또 어떤 브랜드를 선택할 것인가가 시작된다. 

칼은 어디께 좋고 냄비는 어디께 안타고 좋으며 용기는 또 몇 ml짜리를 살 것 이며 스푼은 국민 스푼을 살 것인가 물 건너온 해외 제품을 살 것인가...................

끝이 없다 끝이 없어.


나름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는 몇 번의 검색질 끝에 수많은 블로거 체험단이 추천해주는 브랜드 제품은 사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제목은 '세이지스푼풀 브랜드 용기 장점및 단점'이면서 장점만 나열되어 있으며 맨 마지막에 깨알만한 사이즈로 '이 제품은 업체로부터 무상제공 받아 아주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라는 문구를 보면 없던 짜증도 확 밀려왔다.

결국 믿을만한 후기가 못 되는 것.

그래서 선택한 길은 지인들이 직접 사용해 본 것을 추천받거나 내 나름대로 이 정도면 되겠다 싶은 것들을 구매했다.


1. 냄비 => 벨라쿠진 소스냄비/ 12,900원

처음엔 집에 있는 스테인리스 냄비를 사용했는데 용량 눈금이 없어서 계량컵을 사용했지만 조금 번거로웠다.

그리고 일반 냄비는 적은 양을 만드는 이유식이 금방 눌러붙거나 냄비 가장자리가 쉽게 탔다.

이 소스냄비는 폭(지름)이 작고 깊이는 깊기때문에 잘 눌러붙지 않는다.

용도는 소스냄비이지만 이유식 냄비로 아주 좋은 것 같다.

중기, 후기 이유식을 만들기엔 조금 작아 보이는데(?) 할 수도 있겠지만, 중기 이유식부터는 전기밥솥을 활용 할 생각이고 이 냄비는 초기 용도로만 사용할 계획이다. 절대 작지 않다.

가격도 아주 착하다. 이유식 냄비로 검색해 보면 안다. 이만한 가격이 있는지. 없는지.

게다가 스파츌라도 사은품으로 받았다. 앗싸.


2. 스푼 => 릿첼 스푼(2개입)/ 6,400원

처음엔 물 건너온 스푸니를 썼다. 

일명 '래칭'에 혹했기 때문. '래칭'은 스푸니 구매 페이지를 보면 잘 알 수 있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아기가 젖꼭지를 빠는 것을 말하는데, 이 스푸니 스푼은 '래칭'이 잘 될 수 있도록 도와주어 이유식 초기에 스푼을 잘 사용하게 된다는 것.

가격도 착하지 않은 2만원대다. 암튼 비싸도 아이가 꿀떡꿀떡 잘만 먹어 준다면야&많은 블로거들이 추천하길래 사봤는데 나의 경우 아주 대실망이였다.

덥썩 잘 물긴 물지만 물고만 있다. 게다가 음식을 뜨는 양이 너무 적다. 초기에 20~30ml의 이유식을 먹이는데 1시간도 걸린다. 그리고 음식이 잘 안 떠진다.(이게 실망요소 중 가장 큰 ㅋㅋㅋㅋ) 스푼인데 음식이 잘 안 떠지니... ㅎㄷㄷ 아마도 스푼이 두꺼워서 그러지 싶은데..암튼 실망만 안겨준채 스푸니와는 이별했다. 이때부터 블로거 체험단에 대한 불신이 아주 커졌다.

그다음 선택한 것이 릿첼 스푼.

지인에게 추천 받아 사게되었다.

가격도 착하길래 아니면 말지 뭐..라는 생각에 사봤는데 신세계다. 

이때부터 이유식을 잘 먹었다. (꼭 스푼때문만은 아니였겠지만ㅋㅋ)

아기들은 이유식을 먹을 때 처음부터 입을 '아~'하고 크게 벌리지 않기 때문에 스푸니같은 두꺼운 스푼은 별로이다.

릿첼은 얇상했고 음식도 잘 떠졌으며 스푸니보다 작은 스푼이다. 티스푼 크기 정도. 아기 입에 딱 맞는다.

▶ (좌) 스푸니 스푼 (우) 릿첼 스푼

그렇다고 릿첼이 장점만 있는 것도 아니다. 모든 것엔 장단이 있기 마련인데 릿첼은 스푼에 색깔이 스며든다. 

시금치, 호박같이 색깔이 있는 이유식을 먹으면 희미하게 물이 드는데, 이게 찝찝하다면 다른 스푼 쓰시면 된다.

하지만 나는 2만원대 스푸니를 사느니 6천원대 릿첼을 자주 사서 갈아주면서 쓸 것 같다.

너무 스푸니 단점만 침튀겨가며 말한 것 같지만 스푸니도 좋은 점은 1개 있다. 바로 스푸니에서 강조한 '래칭' ㅋㅋ

정말 잘 문다. 하지만 잘 물어야 하는 건 스푼이 아니라 젖꼭지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ㅋㅋ 스푼에 대해 이렇게 열변을 토할 줄이야.. 빨리 다음으로 넘어가야지.


3. 거름망 => 다이소 거름망/ 1,000원

이유식 거름망이라 검색하면 여러가지 거름망이 나오는데 '아기', '이유식'같은 단어와 함께 붙으면 왜왜왜 때문에 비싸지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암튼, 거름망은 스테인리스 재질로 다이소에서 구매했다. 단돈 천원에 클리어.

어차피 초기에만 걸러주게 되고 중기부터는 잘 안쓰니 무조건 저렴한 걸로. 저렴해도 스테인리스 재질이라 열탕 소독도 할 수 있고 위생상 문제 없다.


4. 용기 => 글라스락 210ml(4개입)/ 9,400원

이유식 용기는 정말 브랜드가 많다. 

스푼이 몇 개로 추려진다면 이유식 용기는 몇 십개는 되지 않을까 싶은데, 유명한 브랜드로는 세이지스푼스푼풀, 마더스콘, 베베락, 글라스락정도가 있다. 

이런 브랜드 용기들은 용량표시가 되어 있는 것, 쌓아서 올릴 수 있는 것, 보온보냉& 냉동이 가능 한 것 등등 기능이 참 많다.

가격도 천차만별. 

처음엔 용량 표시가 되어 있는 걸로 사려고 했는데 은근 작은 용량이 대부분이였고(120ml), 플라스틱 용기가 조금 맘에 안들었다.

그리고 플라스틱 주제에 비쌌다. 그래서 유리 소재이면서 용량도 큰 글라스락으로 결정했다.

글라스락의 최대 단점은 용량 표시가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인데 이건 이유식을 용기에 담을 때부터 잘 측정해서 넣어주면 된다 생각했는데, 진짜 그랬다. 

게다가 몇번 이유식을 담아보니 이젠 눈대중으로 몇 ml인지 다 안다. ㅋㅋㅋ

그리고 이유식 용기 붙일 수 있는 라벨이 포함된 제품을도 처음엔 혹했는데, 라벨같은거 필요 없다.

어차피 엄마가 만들고 엄마가 먹이는데 이유식 이름과 용량을 며칠만에 까먹을 일은 없을 테니 ㅋㅋㅋ

& 날짜도 적을 필요가 없다. 어차피 2~3일안에 다 먹일텐데 유통기한이 지날 일도 없을 터.

심지어 나중에 이유식을 먹일 필요가 없어지면 소스통으로 사용해도 좋을 듯 싶다. 간장, 초고추장 등등 담아두기 딱 좋은 사이즈.


5. 턱받이 => 가재 손수건 & 물려받은 비닐 턱받이

턱받이는 정말 필수품이긴 하다. 아기는 잘 흘리니까.

그래서 내가 편하자고 헹궈서 바로바로 쓸 수 있는 플라스틱 재질의 베이비뵨 턱받이를 샀다. (14,500원)

이건 인스타에게 너무 많이 봐왔기 때문에 턱받이라하면 당연히(?) 이걸 사야하는 줄 알았다. & 헹궈서 쓸 수 있는게 가장 매력적이였고..

흠..

암튼 사용해보니 편한 건 맞다. 근데 아기가 편한 건 아니고 엄마가 편하다. 흘려도 아래 부분에 다 모이게 되고 세척도 쉽고 말이다.

근데 아기가 불편해 한다. 뭔가 뭐랄까 현대판 '칼'(옛날 죄인들에게 씌우던..)같은 느낌 ㅋㅋㅋ

아기가 어릴수록 목이 안보이고 턱이 쇄골뼈부분에 딱 붙어 있기 때문에 이런 플라스틱 재질의 턱받이는 돌 이후에나 좋을 듯 싶다.

아기가 불편해함을 느끼는 걸 보고 초기에는 가재 손수건을 대고 먹였다.(어차피 초기엔 적은 양을 먹이고 곱게 갈거나 거름망에 거르니 알갱이가 묻어 나오진 않으므로 가재 수건도 적당)

중기로 넘어오면서는 물려받은 비닐 턱받이를 썼다. 알갱이가 있기 때문에 초기처럼 가재 손수건을 쓰기엔 세탁이 힘들어 좀 그렇고 비닐이 딱 좋은 듯 싶다. 그리고 의외로 중기때부터는 잘 안흘린다. 여차하면 턱받이 없이도 먹일 수 있다.(이건 엄마가 삐져나오는 이유식을 스푼으로 얼마나 잘 받아내느냐.. 엄마의 스푼 스킬에 달려있긴 하지만)

-------------정리 하자면, 

내가 구매한 건 이렇게 딱 5가지이다. (총 44,200원) 

이 5가지로 중기 이유식인 지금 까지 아주 잘 쓰고 있다. 


이외에 칼, 도마는 어른용과 같이 쓰지만 열탕 소독을 하며 쓰고 있고 (아무 탈 없고 감기 한번 안걸리고 잘 지낸다)

찜기는 원래 있었고(찜기는 사실 굳이 필요없다 찌는대신 물에 삶아도 되니까)

얼음틀도 어느 집이나 있을 것이고 

절구는 필요성을 잘 모르겠다. 요새는 초기, 중기 이유식용 쌀가루도 많이 나와 있어서 쌀을 절구로 빻는 것은.... 내 손목을 위해 절구는 안샀다;;; 

전자 저울은 홈베이킹을 했기 때문에 원래 있었지만 저울은 꼭 필요한 것 같진 않다. 어른 숟가락 1개가 18~20ml 정도되더라. 그렇게 맞추면 된다.

야채 다지기는 지인의 강한 만류로 안샀다. ㅋㅋㅋ 이건 정말 사용하는 시기가 짧고 나중에 처치곤란이라며 ㅋㅋㅋ

대부분의 야채는 한번 데치거나 삶은 후 이유식에 몽땅 때려붓고 와르르 끓이는데, 한번 데치거나 삶으면 칼로 충분히 쉽게 다져진다 했기 때문.

실제로 그랬다.


이런거 다 필요없고 유명한 제품, 예쁜 제품은 무조건 한번씩 다 써보고 싶은 맘들이라면 그렇게 하시면 된다.

나는 어디까지나 경험을 바탕으로한 합리적인 소비를 제안하는 것 뿐이니.

적어도 나는 금방 지나가버리는 이런 물건들에 돈 들이기 보다 오래 사용하고 의미있는 것에 돈을 잘 쓰고 싶기에 

금방 쓰고 지나가버리는 이런 이유식 용품엔 최대한 합리적 소비를 하고 대신 아이가 스스로 원하는 물건이 있다면 그게 책이든 가구든 여행이든, 그런 것에 아끼지 않고 돈을 잘 쓰고 싶다.


오늘의 '이유식 용품에 대하여'는 여기서 끝.

그나저나.. 글로 쓴건데 말로 열변을 토한 것 처럼 왜 목이 마른걸까. ^ㅅ^;헴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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