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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미 일상

며느리들이 명절을 싫어하는 진짜 이유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 불리우는 한가위, 바로 추석 명절이 바로 내일이다.

나도 대한민국의 평범한 며느리로서 명절은 그리 반가운 날은 아니다.

그렇다고 시댁이 대가족이여서 하루종일 밥상차리고 설거지를 해야하는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의 스케쥴은 아니지만

단촐한 식구 수임에도 시어머님은 언제나 음식을 거하게 준비하신다.

시어머니는 "차례상 음식은 정성이 담기고 풍성해야 자손들이 복을 받아, 다 너희 잘되라고 이러는 거지"라며 어깨가 으쓱하신다.

하지만 "네, 어머님 감사한 일이네요"라는 나의 표면적 대답과는 달리 마음 속에는 의문이 가득할 뿐이다.

'자손들에게 좋은 일이 생기는 것은 자손 자신들이 노력해서 이뤄낸 결과도 있는 것 아닐까?'

'조상을 생각하며 기리는 것은 좋은 취지이지만 꼭 상다리가 휘어지게 손수 음식을 준비해야하는 걸까?'

'음식은 간단히 준비하고 조상들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추억 이야기를 하며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는 불효일까?'

'시어머니도 힘든 음식 준비대신 여행 또는 편안한 명절을 보내신다면 더 기분좋은 말씀들을 하게되지 않을까?'

많은 며느리들이 손수 차례상에 올릴 음식을 준비하고 중간중간 남편과 아이들의 밥상을 차리는 것 자체에 큰 스트레스를 느낀다 생각하지 않는다.

몇년차 주부라면 왠만한 음식은 흉내낼 수 있고(물론 나의 경우는 예외이지만..)

밥상을 차리는 일도 어찌보면 익숙해져있기 때문에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며느리들이 명절에 스트레스를 받는 진짜 이유는 '음식 준비'라는 타이틀 아래 

하루종일 또는 며칠에 걸쳐 시어머니와 붙어 음식을 하면서 계속 혼날 예약이 되어있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몇십년 동안 명절 음식을 해오신 시어머니는 아직 서툴기만한 나의 음식 솜씨가 영 맘에 안드실 터.

"이 전을 이렇게 부치면 안되지, 나와라 내가 할게"

"이 나물은 이렇게 무치면 안되지, 넌 못하니까 내가 하마"

"이 음식은 이렇게 띄엄띄엄 담으면 조상님을 속이는 짓이다, 내비둬라 내가 담으마"

며느리는 모르는 것에 대해 잘하지 못한 죄로 계속 혼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끝이라면 이 꾸지람은 언젠가 끝날 꾸지람이긴 하다.

내가 음식이 잘하게 되는 날이 오면, 차례상에 올릴 음식도 정갈하게 담는 법을 마스터하게 된다면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일리가 없지 않는가.

음식에 대한 태풍이 지나가고 나면 본격적인 며느리 인생에 대한 꾸지람이 시작된다.

"너네 이번 전세금 올려줄 돈은 모았니?"

"그래서 집은 언제 살 수 있겠니?"

"너네 결혼하지 몇년이 되었는데 왜 아직 소식이 없니?"

"너네보다 몇년 늦게 결혼한 그 집은 벌써 아기가 걸어다닌 다더라"

나는 몇달전 임신을 한 상태이기에 5년째 들어온 2세에 대한 잔소리만큼은 올해는 패스일 것이다.


하지만 첫째가 있는 며느리들은 백이면 백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둘째는 언제 가질거니?"

"첫째 유치원, 초등학교는 어디로 보낼거니?" 등등

질문으로 가장한 꾸지람과 채근이 명절 내내 이어지고도 남는다.

이 정도라면 나중에 내 자식의 취업, 결혼, 자녀계획에 이르기까지 깊숙히 관여하실 것 같다.

내 자녀의 부모가 나인지 시어머니인지 헷갈릴 지경이 이를 수도 있겠다 싶다.


사실 손주에 대한 이런 관심은 친정 부모님도 충분히 말할 수 있고 조언 할 수 있는 부분이긴 하다.

하지만 며느리들이 유독 시댁에서 더 스트레스 받는 이유, 바로 꾸지람으로 듣게되는 말 때문일 것이다.


같은 말이라도

"요새 전세값이며 집값이 천정부지로 솟구치던데 빠듯하겠구나, 그래도 조금 더 절약해서 자리잡으면 참 뿌듯할거야, 응원하마"

"너희가 알아서 잘 하겠지만 시부모 입장에서는 예쁜 2세가 기다려지는 구나, 너희 부부는 2세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바가 있었니?"

이런 말들로 표현될 수 있지 않을까?


주로 여자들의 대화는 감정을 공유하고 남자들의 대화는 정보를 공유한다고 한다.

여자들의 대화 속에는 서로의 감정을 말하며 위로하기도하고 맞장구도 치면서 은연중에 '나는 너의 편이야'라는 의식이 깔려있다고 보면 된다.

시어머니도 시어머니이기 이전에 여자이다.

같은 여자끼리 서로 듣기 좋은 말, 격려의 말을 한다면 아마도 대한민국 며느리의 상당수는 조금이나마 편한 마음으로 명절을 기다릴 것이다.

며느리들이 명절이 싫은 이유, 결국은 감정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 생각 많은 며느리 | 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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