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결심하는 이유는 대부분 2가지 이유가 상당수다.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거나 학업으로 다시 돌아가거나.
나 또한 언젠가 퇴사를 한다면 이 2가지 이유가 될 것이라 막연한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달랐다.
회사원이 된지 7년차가 되던 2015년 이른 봄.
팀장님과 마주하고 앉는 자리에서 내 생각을 말하고야 말았다.
나 : 퇴사를 하려고 합니다.
팀장 : 어디 다른 회사 가는건가?
나 : 아니요
팀장 : 그럼 공부?
나 : 아니요
팀장: 읭?
나 : 그냥 쉬려고요......
(정적이 흐른다)
사실 표면적 이유는 '쉬려고'가 맞긴 했다.
하지만 친한 지인들 앞에서는 수백가지의 퇴사 이유를 침 튀기며 말할 수 있었기에 나는 그렇게 퇴사를 받아들였다.
회사가 내 집 같고 회사를 다니는게 행복해 죽겠다는 소수 몇%의 회사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회사원이라면 매일의 출근 길이 그닥 즐겁지만은 않은 그냥 익숙한 습관의 길일 것이고
이따금씩 예상 퇴직금을 계산해보며 다른 회사의 리쿠르트에도 기웃거릴 것이다.
"다 이렇게 사는데 굳이 왜 퇴사를 하느냐 그것도 특별한 이유도 없이" 라는 말을 해준 선배도 있었더랬다.
하지만 나는 30대 초반이 된 지금 이 시점에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여러가지 경험을 해보고 싶었고, 학생-> 취직 -> 정년퇴직 -> 노후 라는 뻔한 인생의 틀이 싫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인생의 '쉼'에 대해서도 지금쯤 쉼표를 찍어줄 때라는 것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계도 쉬는 시간이 있는데 하물며 사람은 더더욱 그렇다고 믿는다.
주위 사람들의 말도 모두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 삶의 주인은 나이고 그들이 아니다.
나는 내 방식대로 살아가면 되는 것이고 그들의 말은 조언 정도로 받아들이면 된다.
다수의 삶과 내 삶이 같지않다하여도 그것은 틀린 삶이 아닌 그저 다른 삶으로 받아들이면 될 일이다.
백수가 되어 이것저것을 하고있는 요즘.
나는 아직 퇴사를 후회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후회할 일은 없을 것 같다는 기분좋은 예감이 든다.
언젠가 또 다시 회사원이 되어 지금 백수의 날들을 그리워할지도 모르겠지만 우선은 지금의 여유로운 날들을 마음껏 누리려한다.
방학이 없는 회사원들에게는 자발적 쉼표가 반드시 필요하다 믿으며.
ⓒ 인생엔 쉼표가 필요해 | 단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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