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育兒-育我일기/뱃속부터 육아 시작

[임신 5주] 내가 임신이라니!

여느때와 다름 없는 날이였다.

생리 예정일이 일주일 정도 지난 것 외에는

나는 생리 주기가 아주 불규칙 한데다가 임신은 적어도 몇달~길게는 몇년을 두고 기다려야 되는 줄 알고 있었기에 "설마"하는 맘이 99.9%였다.


그래도 0.1%의 가능성과 왠지 모를 느낌때문에 임신 테스트기를 사들고 왔다.

임신 테스트기는 소변을 스펀지 같은 부분에 묻히게 되면 소변 내에 있는 hcg호르몬의 여부에 따라 임신 여부를 알려주는 원리다.

스펀지 부분은 눈 깜짝 할 사이에 소변을 빨아들여 결과를 알려주었다.


명확한 두줄! 임신이다.


보일랑 말랑한 두줄이라도 두줄이라면 임신, 한줄이라면 임신이 아니다.

임신 테스트기의 결과는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다.


남편에게 임신 테스트기를 내밀었다.

남편도 나와 같은 반응 (내 반응은 무반응에 가까웠다)


TV드라마나 CF에서 보면

임신 테스트기로 임신을 안 경우, 아내와 남편은 임신 테스트기를 본 순간 울먹거리거나 환호를 지르거나 껴안거나 한다.

또는 가족들이 다 모인 밥상머리에서 며느리는 헛구역질을 몇번하며 화장실로 뛰어가곤 하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는 가족들은 임신 아니냐며 기뻐한다.

나도 한때 임신이 먼나라 이웃나라 이야기였을때는 내가 임신을 한다면 당연히 TV에서 보던 그 모습일 것이라 상상한 적이 있다.

하지만 현실과 상상은 늘 오차가 있는 법.

현실에서의 반응은 얼떨떨하며 머릿속이 백지장이 된 느낌이였다. 


확실한 확인을 위해 바로 산부인과에 가보기로 했다.

차로 이동시 20~30분 안에 갈 수있는 산부인과를 물색하다가 친구의 추천, 여의사, 24시간 진료 가능의 이유로 '곽생로 산부인과'를 찾았다.


산부인과에 도착하자마자 살짝 충격을 받았다. 

진료를 받으려는 산모들이 바글바글했기 때문. 

우리나라가 저출산 국가 맞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분당권에서는 꽤 이름 있는 산부인과였기에 산모들이 많았던 것 같다.


배가 남산만큼 부른 산모들 사이에 앉아 진료를 기다리자니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마치 내가 오면 안될 곳을 온 것 처럼..

곧 내 순서가 되었고 진료가 시작되었다. 


여기서 또 한가지.

상상과는 다른 진료를 받게되었는데

임신 진료 또한 TV에서 많이 보던 익숙한 진료, 그러니까 배위에 초음파를 대고 태아의 심장 소리도 들려주고 하는 그런 진료가 아니였다.

개미만한 목소리로 "초음파 진료가 아닌가요?"라고 묻는 나에게 

뭘 잘 모르시네~라는 표정의 간호사님은 "10주차까지는 내진합니다"라고 일러주었다.

(※내진 : 경질 초음파를 이르는 말로 질 내부로 초음파 기계를 넣고 진료하는 과정)


내진이 시작되었고, 의사 선생님은 "임신 맞네요. 5주차 예요."라는 말과 함께

"이 빨간 동그라미가 '아기집'이고, 파란 동그라미가 수정란과 난황입니다." 라고 말씀하셨다.


첫 진료는 생각보다 빨리 끝났고, 2주 뒤 예약을 잡고 병원을 나섰다.

나는 그때까지도 얼떨떨한 상태로 새 생명에 대한 기쁨, 한 생명을 책임질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 입덧에 대한 두려움 등등 

오만가지 생각에 휩싸여 집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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